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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4일 일요일

Sally.C 2018. 1. 15. 01:13

몸도 마음도 예쁜 구석 하나 없는데 만날 때마다 오늘은 이렇게 예쁘다, 저렇게 예쁘다, 달리 예쁘다, 더 예쁘다, ​그런 말을 해준다. 그럴 일 없는데. 이런 생각밖에 못하는 나를 알고 해주는 말이겠지. 그 고마운 마음이 왜 내겐 날 바꿀 정도로 오래 머물지 못하는 건지 늘 괴롭다. 나는 정말 남들을 위해서 더 좋아지고 싶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 결국 나 자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제 나는 가여운 것도 없이, 가증스러운 것도 없이 모른 척하고 싶기만 하다. 이런 내가 괜찮아진다면 그건 다 내게 순간의 행복을 주는 사람들을 위한거고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그 후에는 나도 날 괜찮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는 겨울되면 본인 집에서 잘 잔다. 딱 이 계절에만. 고양이집이 없을 땐 늘 곁에서 난로처럼 날 따뜻하게 해줬는데... 집에서 억지로 꺼내 침대로 데려오는 건 너무 한 것 같아서 마음도 못 먹었다.




오늘 누군가 나를 이웃추가 해서 링크를 타고 블로그를 구경갔는데 학교냥 기록이 무척 많았다. 한파 속 길냥이들 걱정하는 글귀를 봤다. 그런 생각하면 눈물나고 속이 너무 아픈데 어떻게 하면 이런 것에 의연해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가끔 그 슬픔이 너무 과해서 괴롭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학기 우리 학교냥이들도 많은 일을 겪었고 그때마다 무척 울기도 하고 화도 나고 속 아프기도 했다. 길냥이는 괜히 길냥이가 아니다, 길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그게 자연스러운거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에서 솔잎이나 낙엽을 침대 삼아 잠자는 아이들을 보고도 자주 눈물이 났다. 주차장 아스팔트보다 푹신해서 좋을거야, 라고 생각해봐도 슬펐다.



저녁 시간 쯤 집에 돌아왔지만 다시 바깥 공기를 쐬고 싶어 겉옷을 바꿔 입고 가방을 조금 비우고 나갔다. 목적없이 걸을 수는 없어 마트가서 탄산수나 사오려 했는데 휴점일이라는 것이 기억났다. 방향을 반대로 돌려 여고 근처의 편의점을 향해 갔다. 탄산수를 구매하고 밖으로 나와 옆동네 지하철역까지 조금 걸을까하고 몇걸음 망설이다 편의점 분리수거함(이미지가 또렷하게 떠오르지는 않으나 편의점 상징 컬러, 폰트 등으로 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위에 회색 냥이가 웅크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 냥이는 몸 어디 하나 숨겨지지 않았는데도 반은 편안해보였고, 반은 추워보였다. 나는 아침에 입고 나갔던 겉옷이 덥게 느껴져 가벼운 것으로 갈아입고 나온 참이었다. 잔뜩 웅크린 몸에 맞닿은 캔은 누가 준 것인지 다 비우지도 않았던데. 친절한 인상은 아니었던 그 편의점 알바생일까?


오늘 아침 분명히 괴로운 꿈을 길게도 꿨는데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이제 이름도 얼굴도 희미한데 매순간 순간 날 힘들게 하는 사람들. 이제 나와 상관도 없고 더 이상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덕분에 난 이렇게...




저녁에 700원짜리 잉크펜 4개와 1000원짜리 7mm B5 노트 한 권를 샀다. 이제 색깔별로 제목이나 중요한 점을 달리 쓰는 것이 별 효과가 없다. 빨강이나 파랑이 검정 글씨 속에서 돋보이지 않는다. 보라색으로 줄줄이 써대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했다. 그 보라색 펜을 거의 다 써서 새로운 컬러펜들을 샀다. 와인 블랙, 에메랄드, 라이트 퍼플, 그리고 또 블랙.




오늘은 피곤하다. 즐거웠던 낮이 이 시간 되면 당연히 괴롭고... 나는 왜 순간의 감정이 지속되지 않고 새벽이 내게 잠식당하는지 궁금하다. 한심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이젠.



그동안 전기매트를 가장 낮은 온도에 두고 잤는데 최근 3일은 무려 3단 정도에 두고 잤다. 이상하게 더 따뜻해진 느낌은 없는데 몸이 포근하고 풀리는 느낌이라 잠들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준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 무척 피곤해서 밤 조금 되기 전부터 잠이 오던 날이 있었는데 바보같이 뭣 좀 정리한다고 새벽에야 잠들었다. 그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딴 일 없다. 아는 데도 기억이 안났다. 무조건 누워야지.




to do list에 말해야 할 친구들에게 말하기를 지난 주 넣어뒀었다. 그 전주에서 밀려온 건데 사실 며칠이나 실행 못한 항목은 그냥 지우는게 맞는거라고 배운 기억이 나서 한순간 지우고 싶었지만... 내 과거를 생각하면 내가 입을 닫아 끝난 관계가 무척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렇게 부당하게 나와 연락 끊길 일은 하지도 않은 친구들이고. 이야기를 하고 나서 난 아주 조금 편해졌고 그 다음은... 역시는 역시구나 했다.




이번 주 로또 당첨자 부럽다. 수동으로 5개 당첨이라니 로또에 투자하는 사람. 그 행동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