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끊은 지 3, 4일 된 것 같다. 난 별생각 없이 커피 엄청 마셔왔는데 다들 안 좋은 걸 알고 있었나 보다. 그럴 필요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요즘 커피 끊으려 노력해, 그런 말들을 하길래 놀랐다. 커피는 성인 되고 마셔서 그리 오래 마시지도 않았는데, 카페인에는 엄청 절어 있을 것 같다. 회사 다닐 때 원두 머신이 아예 있어서 쉼 없이 내려 마시고 그땐 회사에서 졸고 싶지 않아 핫식스, YA! 같은 에너지 드링크도 물처럼 마셨다. 하루에 두 개씩 먹은 날도 있었는데... 불면증 고칠 생각을 못 하고 멀쩡한 정신만 바랐던 것이 지금 생각하니 또 바보 같네. 핫식스로는 웬만해선 정신도 안 들어서 항상 미니스톱까지 가서 YA!를 사서 마셨는데, 당시엔 이게 더 카페인이 세구나, 하는 게 바로 몸으로 느껴져 그랬던 것뿐인데 나중에 정리 된 표를 보니 핫식스나 레드불의 3~4배 이상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딱히 2병 마시고 그런 날은 아니지만 어떤 날들은 내 마음 속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 잠들지 못한 날도 있었다. 이런 음료 마신 날은 분명하고. 생각이 생각이란 느낌이 안 들고, 뇌 내에서 말 거는 것 처럼 계속되는데 한 가지 생각에 대해 다른 의견을 말하는 내가 있고, 또 다른 의견을 말하는 내가 있고... 사람이 미친다면 이런 게 심각해지는 거겠구나 했었네.
우체국도 다녀왔는데 의외로 우체국 우편 업무는 늦게까지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6시 반까지라고 한다. 난 평생 모르고 살았던 걸까, 아니면 알았지만 잊어버렸던 걸까? 우체국이 처음도 아닌데. 좀 걸어 큰 우체국을 가려다 그냥 집 바로 앞 우체국을 갔는데, 텅 비어있어 느낌이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이사 오고 나서 우체국은 처음 가본다. 10년 동안 봤던 우체국의 풍경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 청소하는 분은 몸도, 얼굴도 못 보고 인사하는 목소리만 들었다. 빗자루질하시던 분은 누구였을까? 창구에 가니 택배용지 같은 걸 한창 정리하고 계셨다. 그래서 그거 끝날때 까지 별말 없이 한참을 기다렸다. 처음엔 호의로 기다린 건데, 저 사람은 내가 기다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나? 싶을 정도로 오래 걸리고, 인사 외에는 양해 부탁하는 말도 없고 해서 화가 날 뻔했다. 평소에 비교하면 화가 난 축에도 안 속하는 듯. 내가 기다리는 사이 뒤에 사람도 꽤 늘었는데 그냥...... 그냥 요즘은 그런 사람들 보면 부럽다. 저런 사람들도 잘 사는구나. 돈 벌어 먹고살고, 밥도 먹고 살고, 울고 웃고 그러겠지, 같은 마음.
어제 몇 시에 잤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데이그램도 제대로 기록 안 한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데이그램 켜보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써둔 것이 있다. 오늘은 8시 반~9시 사이에 기상했고 어제는 나름 일찍 잔 것 같다. 11시 좀 넘어서부터 누워있었고 Ashes to ashes 보다가 잠든 것 같다. 에피소드 하나도 다 못 봤으니 생각보다 일찍 잤을 것 같긴 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땐 너무 추워서 따뜻한 걸 마시겠다고 써놓았다. 그런데 조금 지나서는 별로 춥지 않아 온 집안에 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팥을 삶으며. 요즘 뭔가를 엄청 갈아 마시는데 팥도 두유나 우유나 아몬드밀크나 아무튼 뭔가와 같이 갈아 마시고 싶어 삶았다. 삶다가 냄비가 좀 탔다. 아까운 마음에 엄청 자책하려다가 그때는 그냥 지나갔다. 햇빛이 좋아 다행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이렇게 일기 쓰며 곱씹다가 죽을 것 같은 순간이 훨씬 많다. 아까 냄비가 탔단 사실을 깨달은 그 순간보다 지금이 더 괴롭다. 하지만 다른 괴로움에 비교하면 별거 아니니까 이런 건 참을 수 있다.
내일은 친구들 만나서 수원에 간다. 그리고 가고 싶지 않다. 친구들이 싫은 건 아닌데 가고 싶지도 않고 만나고 싶지도 않다. 만약에 설명해야 할 일이 있다면 설명하기 싫어서...라고 생각한다. 설명해야 할 상황이 없다면 그건 그거대로 괴롭다.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왜 나를 바꿀 수 없는 걸까?
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왜 안 올 거라 마음 졸였을까? 죄는 내가 지었으니 그랬겠지. 그래도 이런 망상 좀 멈출 수 없나? 안 좋은 쪽으로만 상상하고, 상상하고. 이건 어떤 대비나 대책 같은 것이 전혀 아니라, 그냥 괴로울 뿐이다. 뒤돌아서면 다 잊어버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다음 주엔 덜 추웠으면 좋겠다.
내가 싫어했던 헤어오일이 좋아졌다. 오렌지향이 무척 기분 좋다. 그동안은 사용법을 잘 못 알고 있었다. 몇 달 동안 처박혀 있어 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너무 좋아 더 사고 싶어졌다. 만사가 다 이랬으면 좋겠다.
Ashes to Ashes와 Life on Mars는 정말 좋아하는 영국 드라마다. 죽어서도 방황하는 사람들이 머물러있는 세계라는 것이 좋다. 주인공들은 총을 맞은 후 과거 어디쯤 진 헌트의 세계에서 지내며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막상 현실로 돌아가면 그 현실이 전혀 리얼 하지 않아 다시 진 헌트의 세계로 돌아온다. 물론 그 이유가 있긴 하지만... 매력적인 세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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