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트를 배회하며 문득 든 생각이 있다.
내가 괴로운 이유는 잘 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돌아보니, 난 처음부터 그리 잘난 적이 없었다.
잘난 적도 없는데, 뭘 잘 하려하는거지?
도달한 적 없는 곳에 도달한 척, 그럴 수 있는 척 하는 건 거짓이다.
솔직한 인간관계, 부당한 대가를 바라지 않는 다는 내 가치관에 걸맞지 않는다.
내가 괴로운 건 '잘' 할 수 있겠지 하고 내면의 나를 믿고 부담주는 것에서 시작한 듯.
애당초 그렇게 잘났으면 지금 이런 고민에 괴로워하지도 않았을 것 ㅇㅇ
난 그렇게 잘 못 한다. 잘 못 하고, 여기까지만 할 수 있다.
난 원래 딱 이 정도다,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평생이 괴로운 이유 중 하나였는데,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이 생각을 했을 땐 그래도 10분 후면 전으로 돌아가겠지 싶었는데
의외로 꽤 오래 가는 중.
내일은 어떤 불안감이 날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괜찮았다.
멍청한 내가 싫고, 게으른 내가 싫고, 무식한 내가 싫고, 안 예쁜 내가 싫고, 뚱뚱한 내가 싫고, 노력이 귀찮은 내가 싫고.
그래서 더 노력해야지, 향상심을 가져야지, 이러지 말아야지, 왜 이러고 있나 같은 생각만 가득했는데.
현상 유지란 측면이 아닌, 원래의 내가 있는 위치를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그렇게 싫어하는 교양서 읽어도, 추천하는 방법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안되던 것인데
답답한 마음에 마트 구경하다 문득 깨달았다는 것이 우습지만, 무척 감사하다.
제발 이 마음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라면 세상에 별로 무서울 것이 없을 것 같다.
지난 3일 불안감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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