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TV에 '打ち上げ花火、下から見るか? 横から見るか?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각주:1]'와 '少年たちは花火を横から見たかった 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가 나란히 무료 공개되어있는 걸 봤다. 원작은 몇년 전 이와이 슌지 기획전 당시 관람했는데, 다큐멘터리인 '소년들은~'은 보지 못한 상태였다. 뭔지도 잘 기억이 안나 검색해보니 내 블로그에 관람 후 적은 감상이 나오던데 ㅋㅋㅋ 몇년 사이 저 다큐멘터리의 존재 자체를 잊은 듯 했다. 주말에 여유롭게 감상하고 나니, 단순히 '쏘아올린 불꽃~'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이와이 월드'의 시작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고, 그 세계를 구성하는 여러가지가 당시부터 어떻게 갖춰져 있었는지 이해하기에 훌륭한 다큐멘터리여서 감독의 팬으로서 즐겁게 감상했다.


무슨 이야기를 써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ㅋㅋㅋ 우선 '쏘아올린 불꽃~'의 애니화 버젼은 볼 생각이 없지만, 커뮤 어디를 가봐도 평이 혹하다. 내가 읽은 혹평의 공통적인 부분은 타임루프인데 개연성이?? 같은 느낌이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그런 평이 나오나 궁금해지긴 한다 ㅋㅋㅋ 애니는 안 볼 생각이지만 원작은 애니처럼 혹평듣지 않길 바라며 이것저것 써 봄.



打ち上げ花火、下から見るか? 横から見るか?  (1993)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이 작품은 1993년 8월 일본 후지TV에서 방영 된 'if もしも if 만약에'라는 옴니버스 드라마 중 한 편이다. 시리즈의 타이틀처럼 드라마 한 편당 하나의 선택에 대한 분기점이 있어,  그 결과 두 가지를 모두 보여주는 것이 드라마의 골조이다. 역만없이라지만, 만약이 있다면? 하는 것이 컨셉. 두 가지 선택 중 어느 쪽이 주인공의 망상이어도 안되고, 다시 쓰여지는 것도 안된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휘재의 '인생극장'(은 1994년부터 시작)을 떠올리면 되겠다. 기획한 프로듀서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아닌, 두 가지 결과 모두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작품은 이 룰을 정확히 따르고 있지는 않다.) 제목들도 모두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식으로 통일되어있다.


이 드라마로 이와이 슌지는 이례적으로 일본영화감독협회 신인상을 수상했고, 방영된 지 2년쯤 지나 1995년 8월 드라마 오프닝과 타모리상의 멘트를 잘라낸 버젼이 영화로도 개봉했다. 시청률도, 반응도 좋았던 탓에 이 작품으로 이와이 슌지 감독이 크게 유명해져 영화계로도 진출[각주:2]할 수 있었다.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초등학생 노리미치와 유스케는 사이 좋은 친구이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동급생인 나즈나를 좋아한다. 그러나 나즈나의 부모님이 이혼하여 2학기에는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어 전학가게 되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 날, 부모님에 대한 반항심이 생긴 나즈나는 수영장에서 경기하고 있던 노리미치와 유스케를 보며 이긴 쪽과 함께 도망가기로 결심한다. 이긴 건 어느 쪽일가? 승패의 결과에 따라 다른 두 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https://ja.wikipedia.org/wiki/打ち上げ花火、下から見るか%3F_横から見るか%3F


선택과 상관없는 드라마 또 하나의 줄거리는 쏘아 올린 불꽃의 모양이 둥근가, 납작한가에 대한 학급 친구들의 의문이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마을 끝의 등대에 올라가보기로 하고, 그 출발은 오후 5시 학교 운동장이다. 오후 5시란 시간은 나즈나가 노리미치 혹은 유스케에게 둘이서만 만나자고 말한 시간과도 일치한다.


드라마의 러닝타임은 50분 정도인데, 이제보니 정확히 반으로 25분 정도는 유스케의 승리, 나머지 반은 노리미치의 승리 후의 이야기이다.


유스케의 승리


  수영 중 턴을 하며 발을 다친 노리미치 덕에 유스케는 간단히 경기에서 승리한다. 나즈나는 유스케에게 저녁에 열리는 마을 불꽃놀이 축제에 함께 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유스케는 집(병원장 아들!)에서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어기고 노리미치네 집에서 게임을 하며 놀고 있다. 수영장에서 다친 발 때문에 노리미치는 유스케의 집인 병원에 들르게 되고, 그곳에서 나즈나를 만나 유스케는 오지 않을거라 말한다. 병원에서 나와 함께 걷던 노리미치와 나즈나의 앞에 나즈나의 엄마가 나타나 나즈나를 억지로 끌고간다. 나즈나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난 노리미치는 마침 나타난유스케를 향해 주먹을 날린다. '내가 이겼더라면...'이란 말을 반복하는 노리미치와 함께 일렁이는 화면은 다시 경기 후의 수영장으로 돌아간다.


노리미치가 이겼더라면


  수영 대결에서 승리한 노리미치에게 함께 불꽃놀이 축제에 가자고 말하는 나즈나. 나즈나와 약속한 5시가 다되어오는데, 노리미치의 집에 눌러붙어 게임 중인 유스케는 움직일 생각도 않는다. 노리미치가 창밖에서 나즈나를 발견한 순간, 유스케는 불꽃 모양을 보기 위해 등대까지 가는 건 귀찮으니, 음료도 사올 겸 노리미치가 학교에 가서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둘은 등대에 가지 않겠다 말하고 오라 한다. 이 핑계로 집 밖에 나온 노리미치는 나즈나의 손에 이끌려 한참을 뛴다. 둘은 버스를 타고 동네 기차역까지 가고, 나즈나는 역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멀리 도망치려 한다. 노리미치는 속을 알 수 없는 나즈나의 곁에 있어 준다. 기차를 기다리던 둘은 다시 버스를 타고 동네로 돌아오고, 어두워진 학교 수영장에 몰래 들어가 수영을 하며 불꽃놀이를 지켜본다. 나즈나는 "다음에 만나는 건 2학기겠네. 기대된다." 라는 말을 건네며 수영장 저편의 불빛속으로 걸어간다.



  불꽃놀이 축제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노리미치. 우연히 담임 선생님과 남자친구를 만나고, 불꽃놀이는 옆에서 보면 둥근지, 납작한지 물어본다. 한편 등대로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떠났던 다른 친구들은 너무 늦어 불꽃놀이 축제는 끝이났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해 있다. 그때 담임 선생님의 지인인 불꽃놀이 관계자가 남은 폭약으로 불꽃을 올려주고, 하늘에 퍼지는 불꽃놀이를 보는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드라마는 끝난다. 



일단 이 드라마는 if 만약에 시리즈의 룰을 어기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딘지 잘 이해못했는데, 정리하다보니 그 알 수 없는 답답함이 풀렸네 ㅋㅋㅋ 앞서 말했듯 이 시리즈는 어느 한쪽이 망상·가정, 한쪽이 현실 같은 것도 안되고 양쪽 다 납득가는 이야기여야 한다. 하지만 정리하며 보다보니 유스케의 승리가 현실이고 그 후 노리미치가 이긴 쪽은 망상으로 보인다. 특히 다큐멘터리를 보고나니 더 그렇네. 이야기가 나뉘는 분기점을 수영장 수면의 불빛으로 설정했다고 하니.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후반부 수영장에 나즈나와 함께 있던 노리미치가 왜 물에 젖지 않은 모습으로 혼자 축제에 왔지? 다리는 아직도 아픈건가? (담임 선생님이 데려가려 할 때 아프다는 말을 한다) 같은 생각에 찜찜했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유스케의 나즈나를 향한 마음이 더 슬퍼짐 ㅠㅠㅠㅠㅠ


유스케는 내내 나즈나를 좋아한다, 고백할거라 말하고 다닌다. 반면 노리미치는 나즈나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긴다. (지만 유스케는 이미 알고있는 듯) 수영 대결 전 노리미치와 유스케도 본인들끼리 내기를 한다. 유스케가 이기면 슬램덩크 다음 권, 노리미치가 이기면 나즈나에게 고백. 하지만 수영 대결에서 이기자, 나즈나가 먼저 유스케에게 "축제에 가자"고 말하고 "왜 나야?"라고 묻는 유스케에게, "좋아하니까"라고 말한다. 본인이 고백 하기 전에 고백받고 노리미치에게 자랑. 그런데 친구들과의 약속을 깰 수 없어 나즈나 만나러 안감 ㅠㅠ 유스케가 노리미치에게 이거 설명할 때 (병원 가는 길이니 못간다고 말 전해달라고 설명하는 장면) "내가 나즈나 좋아하는거 완전 장난이지 ㅋㅋㅋ 그렇게 못생긴 애를 내가 왜???"라고 말하는데 초딩이니까 진심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고백받고도 쑥쓰러운 건지, 남자 친구들이 더 중한건지 마음 숨기는 유스케도 엉어ㅠㅠㅠ이고 그거 듣고 아무것도 못하는 노리미치도 엉엉임ㅠㅠㅠ 노리미치는 나즈나가 저런 유스케와 도망가려고 짐까지 싸서 나와 기다리는데 얘는 약속도 안지키고, 결국 엄마에게 험하게 끌려가는 걸 보고 친구 유스케가 더 미워진거지 ㅠㅠ 유스케가 아니라 자신이었다면 같이 도망갈텐데 하고ㅠㅠㅠㅠ 심지어 그 끌려가기 전에 둘이 잠깐 걷는데, 나즈나가 사실은 노리미치가 이겼으면했다, 노리미치와 도망가고 싶었단 말도 함... 헐ㅋㅋㅋㅋ큐ㅠㅠㅠ 주인공은 초딩이지만 엄청난 삼각 로맨스 작품임 ㅠㅠ



처음에는 그냥 원래 시리즈 룰처럼 반으로 나뉜거 아니야? 했었는데 이게 맞는 것 같다. 글이 길어져 다음 포스트에서 다큐멘터리 감상한 내용과, 위와 같은 내 나름의 결론 내린 이유를 좀 써보겠음.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소년들은~'은 꼭 보길 추천함. 이와이 슌지팬도 마찬가지고. 




원작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1월 20일까지 유투브에서 무료로 다시보기 가능하다.


  1. 애니메이션 개봉 전까지만해도 '쏘아올린 불꽃놀이, 아래서 볼까? 옆에서 볼까?'로 번역되곤 했는데 최근 개봉작에 맞춰 모두 이렇게 부르고 있는 듯. [본문으로]
  2. 당시 프로듀서 말로는 '러브레터'(역시 후지TV 제작위원회 작품)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본문으로]